민족 대명절 추석이나 설날이 지나고 며칠 뒤,
중고거래 앱을 켜보면 웃음이 터지는 진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참기름 세트, 식용유, 샴푸, 치약,
그리고 절대 빠지지 않는 국민 캔햄 ‘스팸’까지!
새하얀 박스에 포장된 명절 선물세트들이
당근 마켓 타임라인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죠.
“아니, 이 좋은 선물을 왜 굳이 중고로 팔지?”
처음에는 저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나 지인들에게 받은 선물세트가
방구석 한켠에 산처럼 쌓이던 어느 명절,
저 역시 똑같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죠.
혼자 사는 자취방에 스팸이 열 개나 쌓이니
유통기한 내에 다 먹기도 힘들고,
집안 공간만 차지하는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바로 그때 깨달았습니다.
명절 직후의 중고거래 앱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현금과 필요한 재화로 바꾸는
거대한 생활 경제 마켓’이라는 사실을요.
오늘은 이 유쾌하고도 현실적인
‘스팸 리사이클링’ 현상 속에 숨겨진 경제 원리를
아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방구석을 점령한 스팸 10박스와의 전쟁
몇 년 전, 회사와 거래처에서 명절 선물을
한아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신나는 마음에 박스를 열어보니
상자마다 스팸과 참치캔이 가득하더군요.
처음엔
“당분간 반찬 걱정은 없겠네.”
하며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그 스팸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리를 자주 해먹지 않는 저에게 스팸 10개는
소모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빠른
‘처치 곤란 재고’였던 셈입니다.
결국 방 한쪽 구석에 쌓여 자리만 차지하는 걸 보며 생각했죠.
“이걸 그냥 두면 공간만 낭비고,
차라리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서
치킨이나 한 마리 시켜 먹는 게 낫지 않을까?”
그날 저렴한 가격으로 당근에 스팸 세트를 올려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올린 지 30분 만에 동네 주민에게 연락이 왔고,
퇴근길에 직거래로 깔끔하게 현금화에 성공했습니다.
제겐 자리만 차지하던 짐이
그분에게는 평소 즐겨 먹는 저녁 반찬거리가 되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죠.
경제학으로 보는 스팸
‘효용’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거래
이 현상을 경제학 용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로 ‘효용(Utility)’입니다.
효용이란 어떤 물건이 나에게
얼마나 쓸모 있고 만족을 주는지를 뜻하는 가치입니다.
나에게는
혼자 살고 요리를 잘 안 하니
스팸 10개의 효용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공간을 차지하는 마이너스 요소죠.
구매자에게는
대가족이거나 아이들이 있어서
스팸을 평소에 자주 소비하는 집이라면,
마트 정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스팸 세트는
효용이 매우 높습니다.
똑같은 새 상품이라도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물건이 가지는 주관적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바로 이 ‘효용의 불일치’가
명절 직후 수많은 중고거래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판매자는 왜 정가보다 훨씬 싸게 팔까?
기회비용의 경제학
중고거래 앱에 올라온 스팸 세트를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마트에서 5만 원짜리인데 왜 3만 원에 팔지? 아깝지 않나?”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기회비용’이 존재합니다.
집안에 계속 쌓아두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되는 것보다,
당장 3만 원의 현금으로 바꿔
책을 사거나 장을 보는 것이 훨씬 이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안 쓰는 물건을 묵혀두는 가치’보다
‘현금을 확보해 다른 곳에 쓰는 가치’가 훨씬 크다
고 판단하기 때문에
마트 가격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것입니다.
판매자는 빠른 현금화를 얻고,
구매자는 마트보다 싼값에 생필품을 건집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거래가 성립하는 순간이죠.
마무리
오늘 함께 살펴본 명절 직후의
‘스팸 리사이클링’,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단순히 웃고 넘길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요와 공급
효용
기회비용
현금화
라는 교과서 속 경제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다음에 명절이 끝나고 당근 마켓을 둘러보다
또다시 쏟아지는 참치와 스팸 세트를 발견하신다면,
단순히
“왜 저렇게 팔지?”
하고 지나치지 마시고,
“아, 저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자원이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이동하는 멋진 시장이 열렸구나!”
하고 미소 지어 보시길 바랍니다.
일상 속 작은 호기심이
여러분의 경제적 시야를 넓혀주는
가장 재미있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